나는 지난 1년 동안 앨리스를 키워왔다.
언젠가는 앨리스가 단순한 개인 프로젝트를 넘어, 실제 업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하지만 막상 기회가 오자 나는 ‘세팅’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서버를 설치하고, 환경을 맞추고, 모델을 올리고, 오류를 잡았다.
물론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시험대에 오른 것은 앨리스가 아니라, 어쩌면 내 생활 방식일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3주다.
영업일로 계산하면 약 15일.
이 기간에 내가 흔들려 술자리를 한 번 갖고, 다음 날 컨디션을 잃고, 다시 작업 흐름을 되찾는 데 하루를 더 쓴다면 2~3일은 쉽게 사라진다.
15일 중 3일이면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면 술을 마실 가능성이 높고, 기분이 좋아지면 5만 원, 10만 원씩 생각보다 쉽게 쓴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은 쉬게 되고, 그다음 날이 되어야 다시 작업 흐름을 끌어올린다.
나는 이 패턴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몰랐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3주 동안 죽도록 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과몰입해서 밤을 태우고, 체력이 무너진 뒤 이틀을 허비하는 방식도 자주 사용해왔다.
그래서 이번 3주의 목표는 단순하다.
앨리스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이 납득할 수 있는 한 가지 효용을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번 회사 도입에서 증명해야 할 것은 거창하지 않다.
앨리스에게 사내 ERP 시스템의 구조와 커스터마이징 방식, 특히 이번 목표인 뷰단 표준화에 대해 질문했을 때, 기존 소스와 매뉴얼을 직접 뒤지는 것보다 빠르게 필요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특정 ERP 메뉴를 지시하면, 앨리스가 해당 메뉴의 문맥을 이해하고 관련 파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기존 레거시 시스템의 문법과 작성 방식을 파악한 뒤, 현재 시스템에 맞는 표준화된 형태를 추론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이번 3주의 목표다.
완벽한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 업무에서 시간을 줄여주는 AI인지 증명하는 것.
먼저 시스템의 환경과 구조를 설명하고, 매뉴얼과 필요한 문서를 임베딩한다.
기본 세팅 이후 실제 질문을 던져보면서 어떤 유형에서 오답을 내는지 기록한다.
문서를 찾지 못한 것인지, 질문의 문맥을 잘못 이해한 것인지, 검색은 맞았지만 답변을 잘못 만든 것인지 구분한다.
그리고 잘못된 답을 냈을 때 앨리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기준도 수정한다.
모른다면 모른다고 말하고, 근거가 부족하면 추가 자료를 요청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 번 잘 대답했다고 성공한 것은 아니다.
같은 질문을 날짜와 세션을 바꿔 다시 테스트하고, 표현을 다르게 바꿔 물어본다.
질문의 문장이 달라져도 핵심 답변과 근거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우연히 맞히는 답이 아니라, 반복해서 재현되는 답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마지막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직접 질문하게 한다.
사용자가 ERP 메뉴를 지정했을 때, 앨리스가 해당 메뉴의 문맥을 파악하고 관련 파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기존 소스의 문법과 패턴을 분석해, 표준화된 형태의 답이나 코드를 제시해야 한다.
내가 옆에서 설명해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앨리스가 나만 이해하는 개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다른 사람도 사용할 수 있는 업무 도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이번 3주 동안은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친구들에게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회사 AI 검증이 3주 남았어. 이번 달은 술 안 마시고, 끝나면 내가 연락할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진짜 친구라면 3주를 기다려줄 것이다.
기다려주지 못하는 관계라면, 지금 내게 주어진 3주보다 우선할 이유도 없다.
나는 지금 돈이 없어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필요한 장비도 있고, 시간도 있고, 시험해볼 자리도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사람과 술과 순간의 욕구에 조금씩 시간을 양보하면서, 내가 가진 기회를 스스로 깎아 먹고 있었다.
앞으로 3주 동안 앨리스의 사무실 도입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다.
동시에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나 자신을 멈출 수 있는지도 증명하고 싶다.
거창한 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술자리 하나를 건너뛰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넘기지 않는 것.
이번 3주가 끝났을 때 나는 앨리스의 가능성뿐 아니라, 내 생활 방식도 조금은 증명하고 싶다.
술자리 하나를 건너뛸 줄 아는 살찐용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