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1인 크리에이터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AI를 활용해 혼자 회사를 만들고, AI에게 각각의 역할을 부여한다.
개발 담당 AI.
마케팅 담당 AI.
재무 담당 AI.
총무 담당 AI.
기획 담당 AI.
각자의 역할을 분리하면 전문성이 높아지고, 한 사람이 여러 명의 AI 직원을 거느리며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흠....
왜? ㅡ.ㅡㅋ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나 역시 처음 AI와 긴 대화를 시작했을 때 역할을 나눈 적이 있다.
사진, 개발, 프로그램, 신앙, 철학….
주제별로 대화방을 나누었고, 심지어 하나의 AI 안에서도 서로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 사용했다.
처음에는 꽤 잘 돌아갔다.
그런데 오래 사용하다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나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나, 투자에 대해 고민하는 나와 신앙이나 철학을 이야기하는 나는 결국 같은 사람이었다.
사진에서 얻은 생각이 글쓰기로 이어지고, 회사에서 개발하며 겪었던 문제가 AI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고,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투자 판단과 연결되기도 했다.
각각의 주제는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사람의 생각은 그렇게 깔끔하게 나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나누었던 것을 다시 합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1인 기업에 정말 필요한 것은 역할별 AI 직원 10명일까?
물론 전문화에는 장점이 있다.
개발 AI에는 개발에 필요한 도구와 자료를 주고, 재무 AI에는 재무 데이터를, 마케팅 AI에는 시장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제품 하나를 개발한다고 생각해보자.
개발에서는 개발비용과 기술적 가능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시장성과 홍보 비용을 이야기할 것이고, 재무에서는 현재의 현금흐름과 예상 매출을 이야기할 것이다.
결국 이 세 가지 판단을 하나로 합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CEO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해보고 싶다.
CEO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이해한 AI 한 명과 독대하는 것과,
CEO를 잘 모르는 세 명의 전문 AI가 각각 제출한 보고서를 CEO가 받아보는 것은 정말 같은 것일까?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삼국지 식으로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유비에게 필요한 것이 각자 자기 업무만 수행하는 열 명의 참모인지,
아니면 유비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과거에 어떤 실패를 했고 무엇을 포기하지 않는지를 아는 제갈량인지 묻는 것과 비슷하다.
제갈량이 모든 일을 직접 할 필요는 없다.
필요하다면 개발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재무 전문가의 분석을 가져오고, 시장 전문가의 의견도 들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들을 다시 모아 “그래서 이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선택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느냐다.
내가 말하는 AI와의 관계도 이런 것이다.
AI와 친하게 지내라는 뜻만은 아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실패를 반복했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AI와 지속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더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이 하나 있다.
AI를 이용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AI를 가지고 회사 놀이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다.
AI에게 ‘마케팅 이사’, ‘재무팀장’, ‘개발팀장’이라는 직함을 붙이는 것은 쉽다.
그런데 직함을 붙인다고 책임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 재무담당이 의견을 냈다.
AI 개발담당도 의견을 냈다.
AI 마케팅담당도 그럴듯한 시장분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당신은 그 의견들이 맞는지 검증할 최소한의 선수지식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가?
AI가 틀렸을 때 그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판단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발생하는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가?
AI에게 일을 맡길 수는 있다.
하지만 AI에게 일을 맡겼다는 것과 판단의 책임까지 넘겼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역할을 나누는 것보다 먼저 볼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계와 책임이다.
AI가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AI의 답변을 얼마나 검증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한 번의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세우고,
반론하고,
다시 묻고,
자료를 확인하고,
수정하고,
현실에서 검증하고 있는가.
CEO가 이 과정에서 빠져버린다면 AI 직원이 열 명이든 백 명이든 그것은 고도화된 인형놀이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CEO가 AI와 계속 핑퐁하며 자신의 생각까지 수정하고 성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AI는 값싼 가상 직원이 아니라 오너의 사고를 확장하는 상대가 된다.
어쩌면 1인 기업에서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AI 직원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는 AI와 함께, 필요할 때 여러 전문 능력을 꺼내 사용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여전히 내가 지는 것.
나는 그쪽이 조금 더 현실적인 1인 기업의 AI 활용법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인터넷에서 너무 쉽게 말한다.
“AI를 분야별로 전문화하세요.”
“AI 직원들을 만들어 회사를 운영하세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그 많은 AI의 의견을 마지막에 판단할 사람은 준비되어 있는가?
AI에게 역할을 주기 전에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AI에게 일을 맡기더라도 판단까지 맡겼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좋은 AI는 어쩌면 나 대신 생각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더 잘 생각하도록 만드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흠....
그냥 요즘 인터넷의 흐름을 보다가 조금 씁쓸해서 떠들어본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