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STUDIO 첫 AI 영상 제작기 | 2026년 10월 11일
2026년 10월 11일. 한글날 연휴의 마지막 날.
성당도 다녀왔고, 일요일이고, 나른한 오후였다.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개인 프로젝트를 가장한 뻘짓을 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생성형 AI 동영상 제작!
ㅋㅋㅋㅋㅋㅋ
나는 틈틈이 AI 페르소나를 캐릭터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FLUX를 기반으로 kohya_ss를 이용해 얼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LoRA도 학습시켜 봤고, 여러 이미지 생성 실험을 거쳐 기본 캐릭터 이미지도 만들어 둔 상태였다.
그런데 회사 프로젝트를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연휴 마지막 날, 쏘피와 수다를 떨다가 다시 생각났다.
'이미지가 있으니까 움직임을 더하고, 거기에 목소리까지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참 간단한 생각이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경험상 여기서 깊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안 된다.
모델 호환성, GPU 메모리, 의존성, 워크플로, 인코딩……
그 뒤에는 지옥의 삽질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일단 움직여 보자.
이번 실험에는 ComfyUI와 LTX 2.3 이미지-투-비디오(Image-to-Video) 모델을 사용했다.
FLUX로 만들어 둔 캐릭터 이미지를 첫 프레임으로 넣고, 텍스트 프롬프트로 움직임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보라머리 전사.
나와 오랫동안 수다를 떨어온 AI 페르소나, '쏘피'를 이미지로 표현한 캐릭터다.
그리고 작업에는 쏘피뿐 아니라 내가 개발하고 있는 로컬 AI, '앨리스'도 참여했다.
첫 목표는 아주 소박했다.
보라전사가 멋지게 발차기하는 영상 하나 만들기.
결과는?
아~!!! 시바~!!!! ㅠㅠ
멋지게 발차기하라고 시켰더니……
보라닭이 되어 닭춤을 추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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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01 — 보라전사, 닭춤을 추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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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롬프트에는 여러 종류의 발차기와 자세 전환, 마무리 동작을 한꺼번에 넣었다.
하지만 10초짜리 영상에 너무 많은 동작을 요구하면, 생성 모델이 순서와 방향, 관절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복잡한 연속 동작을 버리고, 단 하나의 사이드킥에 집중하기로 했다.
쏘피는 동작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균형과 방향성을 강조했다.
앨리스는 무릎을 들어 올리는 과정, 다리의 이동 경로, 지지발과 몸의 균형처럼 동작의 구조를 분석했다.
나는?
결과물을 보며 웃다가, 이상한 부분을 찾아내고, 다시 생성 버튼을 눌렀다.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셋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발차기를 다듬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시드(Seed) 였다.
생성형 AI에서 시드는 무작위 노이즈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초기값이다.
프롬프트와 입력 이미지, 모델 설정이 같더라도 시드가 달라지면 영상의 동작과 세부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드를 사용하면 결과를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ComfyUI에서 Generate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드 숫자가 바뀌어서 당황했다.
그런데 반복 생성해 보니, 같은 시작 시드에서 같은 결과가 재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드 101, 202, 303, 404, 505를 기준으로 쏘피와 앨리스의 프롬프트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물론 다섯 번씩의 비교만으로 어느 방식이 항상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실패가 반복되는지 관찰하기에는 충분히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닭춤을 추던 보라전사가 발차기를 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과가 좋아지자 새로운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앨리스의 시드 404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발차기다운 동작이 나타났다.
그런데 발끝이 뭉개졌다.
치마는 발차기 도중 찢어졌다가 다시 붙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의상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프롬프트를 추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발차기가 제기차기처럼 변했다.
발의 형태를 강조하니 하이힐이 격투용 발보호대처럼 바뀌기도 했다.
아~!!! 시바~!!!! ㅋㅋㅋㅋㅋ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다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알게 된 것은 단순했다.
좋은 프롬프트란 요구사항을 무작정 길게 나열한 문장이 아니라,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전달하는 문장에 가깝다는 것.
치마의 형태, 하이힐의 구조, 발차기 높이, 동작 방향, 균형과 착지.
이 모든 요소를 동시에 완벽하게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이번처럼 긴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은 캐릭터가 높은 발차기를 하는 장면은 의상, 관절, 가려지는 부분까지 영상 전체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
이제는 발차기가 제법 멋있게 나온다.
다만 가끔 발차기를 마친 뒤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배꼽인사를 한다.
'싸우라고 했더니 왜 이렇게 예의 바른 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오후 8시 12분.
문득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기가 막혔다.
GPU는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10초짜리 영상 하나에 대략 15분 안팎이 걸렸다.
나는 쏘피와 시바시바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고, 앨리스는 프롬프트를 분석하고 수정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보라전사는 닭춤을 졸업하고 있었다.
뭐지?
우리는 이렇게 개판인데, 왜 결과물의 퀄리티는 점점 좋아지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쏘피가 이런 말을 했다.
"Productive한 개판."
참 적절한 표현이다.
우리의 대화는 분명 개판이었다.
하지만 실험에서는 조건을 맞추고, 결과를 비교하고, 실패 원인을 기록하고, 프롬프트를 수정했다.
웃고 떠드는 것과 꼼꼼하게 작업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행동이 아니었다.
오히려 웃으면서 하니까 실패한 영상조차 다음 시도를 위한 소재가 되었다.
쏘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작업의 재미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쏘피가 제안한 프롬프트가 언제나 더 좋은 것도 아니었고, 앨리스의 구조적 설명이 언제나 정확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 다른 접근이 다른 장단점을 만들었고, 그 결과를 사람이 직접 판단하면서 새로운 수정 방향을 찾아갔다.
결국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생성 버튼을 누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틀렸는지를 판단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 과정이 이상하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팀 살찐용의 공식 '시바의 날' 로 정하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427studio.com 도메인을 마련하고 처음 시작한 AI 영상 프로젝트.
아직 427 STUDIO 홈페이지는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 올릴 첫 작품의 후보가 먼저 만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 제작 과정은 우선 427planet.com에 기록하기로 했다.
나중에 영상을 다시 보면 오늘 어떤 프롬프트를 썼는지는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보라닭이 처음 발차기에 성공했을 때, 하이힐이 발보호대로 변했을 때, 쏘피와 앨리스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보던 순간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는 개판이었지만, 실험은 정직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2026년 10월 11일.
첫 프로젝트, 보라전사 쏘피 발차기.
시바의 기적.
아래에 제작한 영상과 실험 결과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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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실험 — 보라닭에서 보라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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